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야 보배라는 속담은 웹기획에도 어김없이 적용됩니다.
실천하지 않으면 성공도 할 수 없습니다.
1. 빠른 로딩
홈페이지가 빨리 뜨지 않으면, 방문객은 참을성을 잃고 떠나가 버린다. 초시계를 꺼내 놓고 시간을 재 보아라. 지금 모니터를 10초 동안 응시해 보라. 긴 것 같지 않은가? 웹 서퍼들은 굉장히 참을성이 없다. 10초안에 홈페이지를 보지 못하면 아주 간단히 떠나고 만다.
2. 개성
사이트에는 확실히 제공하는 것이 있어야 한다. 방문객들에게 이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봐서 즉시 대답하지 못한다면, 모든 사람은 떠나고 만다. 우리는 사이트에 들어와서 몇 초 후에 떠나버린다. 그 이유는 해당 사이트의 주제를 모르기 때문이다. 여러분 사이트를 방문하는 방문객도 다르지 않다. 분명히 해두어야 할 것은 여러분의 사이트는 분명하고 독특한 개성이 있어야 하고 그 개성은 페이지 제목이나 머릿말에 나타나야 한다는 것이다. 수천가지 제품을 파는 사이트라 할지라도 반드시 개성이 있어야 한다. 실례가 필요한가? 사무용품에는 수천가지 제품이 있지만 개성은 하나 즉 사무용품이다. 또는 DVD 다운로드에는 수천가지 제목들이 있지만 개성은 역시 하나이다.
3. 신뢰성
여러분은 고객과 신뢰감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방문객이 당신을 믿지 못한다면, 당신이 제공하는 거라면 뭐든지 믿지 않으려할 것이 분명하다. 결국, 방문객과 신뢰를 쌓는다면 분명히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러분이 감당할 수 없는 말도안되는 약속이나 선물을 제공해서는 안된다. 방문객이 받게 될 이익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하고 정보 및 사실을 공유하라. 사실인 예와 확실한 예를 들어 주어야 한다. 여러가지 검증도 거쳐야 한다. 방문객에게 정보를 많이 주면 줄 수록 여러분으로부터 상품을 사고 싶어질 것이다.
4. 보증
점점더 다른 사람을 믿기 어려워지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보증은 고객들이 느낄지도 모를 불안감을 ?어줄 수 있는 방법이다. 고품질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고 있다면 환불을 무서워해서는 결코 안된다. 아무 잡음없이 아무런 질문없이 100% 돈으로 환불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라.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하는거 아닌가!
5. 이메일 주소를 수집하라.
이 일은 되도록이면 빨리 해라. 집에서든 색인표를 뒤지던. 왜 당신에게 이메일 주소를 제공해야 하는지 방문객들에게 충분히 납득시켜라. 보고서나 뉴스레터 사이트 업데이트 사항을 무료로 제공하라. 이메일 주소를 확보하고 퍼미션을 챙겨라.
6. 방문객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을 제한하라.
메인 페이지에서 방문객들이 수천가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지 마라. 사이트내로 인도하라.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고 있다면, "구매결정"과 같은 페이지로 방문객을 이끌어라. 방문객이 메인 페이지에서 수천가지 상품이나 서비스를 보고 선택할 거라고 기대도 하지 마라. 사실, 방문객에게 너무 많은 선택사항이 주어지면, 간단히 하나를 선택하지 못하게 된다. 잘 조율해서 구매할 수 있도록 유도하라.
7. 편안한 네비게이션
웹사이트는 돌아다니기 편해야 한다. 여러분이 제공하는 정보를 방문객이 보기 전까지 아무 관련 없는 페이지를 돌아다니게 놔두면 안된다. 돌아다니기 쉽게 만들어야 더 오래 사이트에 머물게 되며, 그렇게 되야 자연히 또 찾아오고 싶어할 것이다.
8. 일관성
웹사이트의 디자인에는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배경색깔을 한번 정했으면 꾸준히 밀고 나가라. 링크나 글씨 색깔도 통일시켜야 한다. 네비게이션바도 옆에 놓던지 페이지 하단부에 놓던지 항상 같은 자리에 위치시켜야 한다.그래야 편안함을 느끼며 언제나 여러분 사이트에 있음을 깨달을 것이며 다른 사이트를 클릭해 버리지 않는다.
9. 글씨에 색깔을 입힐 때는 현명해야 한다.
링크나 중요한 말을 강조하고 싶을 때는 다른 색깔을 이용하라. 물론 파란색이 기본. 너무 많은 색깔을 이용해서 글씨를 쓰면 읽기도 힘들고 촌스러워 보인다. 웹페이지를 만드는거지 서커스 포스터를 만드는 게 아니다.
10. 배경에 색깔을 입힐 때도 조심
화려한 색이나 무늬로 배경을 꾸미지 마라. 여러분 컴퓨터에서 멋있게 보일런지는 몰라도 다른 컴퓨터에서는 개판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특히 유념해야 할 사항은 밝은 배경에 글씨에 색을 입히는 경우다. 글씨색깔이 배경색깔과 뭉개져 글씨를 하나도 못 읽는 사이트를 방문한 적도 있었다. 대조적인 색깔을 사용해야 한다. 브라우저가 다르면 색깔을 다르게 인식한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하라. 어떤 사람들은 고의적으로 사이트를 16색이나 256색으로 만들어서 브라우저의 영향을 받지 않으려고도 한다.
11. 그래픽은 작게
그래픽 파일 사이즈는 되도록 작게해서 로딩속도를 향상시켜야 한다. 그래픽에 사용되는 색상 수를 줄일 수도 있고 gif나 jpg 그래픽 포맷을 이용해서 압축할 수도 있다.
12. 머릿말
머릿말이야 말로 세일즈 카피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언제나 기억하라. 어떤 머릿말이 방문객의 관심을 끌 수 있고 사로잡을 수 있는지 테스트하라.
13. 링크
링크는 따분한 것일 수도 있고 다른 방문객을 소개할 수 있는 관문이기도 하다. 사람들을 쫓아버릴 수도 있고 유혹할 수도 있는 것이 링크다. 그러므로 링크를 걸 때는 항상 창조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14. 파일 이름
설명적이고 의미있는 파일 이름을 사용하라. 파일 이름은 서치엔진에 등록되기도 하고 브라우저의 맨 윗줄에도 보인다. 그뿐만 아니라 북마크를 하면 거기에도 보인다. 아래에 좋은 예문을 두개 들어 놓았다.
이 것들을 사용하지 말라고는 얘기하지 않겠다. 예를 들어, 만일 여러분이 멀티미디어 게임 디자이너고 자신의 실력을 표현하고 싶다면, 아주 적절한 방법일 것이다. 그러나 비타민을 판매한다고 가정한다면 노래하고 춤추는 비타민이 필요할까? 다시 말하지만, 타겟층이 누구이며 달성하려는 목표가 무엇이냐에 따라 사용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노래하고 춤추는 비타민은 어린이에게 비타민의 종류와 그 용도를 가르칠 때나 쓸모 있을 것이다. 이런 동영상으로 부모들에게 비타민을 더 효과적으로 판매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우리가 선택할 기술은 사이트 성격과 타겟층에 따라 달라지는 법이다.
16. 자신의 신분을 밝혀라
그래야 여러분에게 연락하기가 쉽다. 이메일 주소나 전화번호때문에 사이트 전체를 뒤지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 당신이 누구이며 연락할 수 있는 방법 등도 신뢰성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진짜 이름, 진짜 주소, 진짜 전화번호가 있느냐 없느냐는 큰 차이다.
17. 판매 및 사이트 전략
여러분은 방문객들이 아무 목적없이 사이트를 돌아다니게 내버려두는가, 아니면 우리가 가길 바라는 곳으로 이들을 이끄는가?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고 있다면, 방문객들이 구매할 수 있도록 확실하게 이끌어야 한다.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라 할지라도 전략을 세워야 한다. 예를 들어 보자. 본 글의 끝에는 구독자들이 다른 사람의 관심을 살만한 글을 올릴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 두었다. 기억하라. 여러분의 목표는 사람들을 되도록이면 오래 사이트에 머물게 하는 것이다.
18. 지불 시스템
사람들이 구매하기 쉽도록 만들어라. 우습게 들릴런지 모르겠지만 주문페이지에서 어떻게 할지 몰라 주문자를 떠나보내는 사이트를 상당히 많이 보았다. 온라인에서 주문하려는 사람들은 아주 빨리 쉽게 구매하고 싶어 한다.
다른 사이트와 경쟁관계에 있다면 신용카드 결제를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패가망신은 시간 문제. 이 신용카드 시스템을 도입하면 상상도 못할 정도로 매출이 급상승 한다. 사실 신용카드를 받기 시작한다면, 400% 이상의 매출증대를 꾀할 수 있다. 대단하지 않나!
보안 페이지는 기본. 그렇다고 사이트 전체 페이지를 보안 페이지로 한다는 말은 아니고 최종 주문을 하는 페이지만 보안에 신경쓰면 된다. 그러나 웹호스팅 회사에서 보안 페이지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해서 다른 호스팅 업체로 이사할 필요까지는 없다. 해당 페이지만 보안페이지가 지원되는 호스팅에 의뢰하면 된다.
5개 이상의 제품을 판매한다면, 쇼핑카트 프로그램도 매출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방문객은 쇼핑카트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하고 사용법 또한 쉬워야 한다. 아주 쉽게 제품을 추가하고 삭제할 수 있어야 하고 각 단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방문객은 이해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될까? 방문객들은 실망해서 떠나버릴 것이다.
오프라인에서 주문하고 싶은 사람들도 배려해 주어야 한다. 전화, 팩스, 우편으로 주문이 가능해야 한다. 또한 이체나 현금 지불도 가능해야 한다. 우리는 이런 식으로 아직까지 많은 주문을 받고 있다. 팔 수 있는 방법을 왜 거부해야 하는건가!
19. 신선한 컨텐츠
웹사이트의 컨텐츠는 항상 최신을 유지해야 한다. 여러분의 사이트가 정보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면, 정기적으로 컨텐츠를 업데이트해야 한다. 새로운게 하나도 없다면 방문객들은 또 다시 올까? 이 외에도 정보가 옛날 정보거나 유효 날짜가 지난 정보라면 신뢰성에 치명타를 맞을 수도 있다. 정기적으로 컨텐츠를 업데이트하라. 많은 변화를 바라는게 아니다. 예를 들면, 5년 전 것 보다는 최근의 웹 통계를 제공하고 검증을 정기적으로 바꾸고 카피를 바꾸어라.
20. 언제 어디서라도 여러분의 목표에 충실하라.
처음에 웹사이트를 왜 개발하고 운영을 시작했는지 그 목표를 잊지마라. 웹사이트의 모든 부분은 결국 여러분의 목표를 위한 페이지 들이다. 판매하고 정보를 전달하는가 하면 그냥 간단히 즐기려고 말이다.
‘신문-방송 겸영’을 허용하는 법안을 놓고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장을 점거하고 있고 한나라당은 숫자로 밀어붙이려는 전략을 짜고 있다. 여기에 엠비씨를 중심으로 한 방송사의 노조들은 결사항전에 나섰다. 신문사들은 두 패로 갈라져 있다. 겸영을 찬성하는 조중동 등 보수 언론과 그것을 반대하는 한겨레 등 진보 계열 언론이 여론을 쟁탈하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겸영’이 도대체 뭐기에 이렇게 치열하게 싸우는 것일까. 그 법안의 골자는 신문사가 방송을 소유할 수 있게 하는 제도의 도입이다. 신문사가 방송을 소유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싸움이란 대치의 형국에 이르면, 본질을 놓치기 쉽다. 구호들은 싸움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주관적인 견해들과 과장법들이 난무하게 되어 있다.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 알기 어렵다. 그러나 본질을 들여다 보면 오히려 간명한 문제일 수도 있다.
현재 TV방송은 뉴스 영역과 엔터테인먼트 영역을 가지고 있다. 뉴스와 엔터테인먼트가 결합하는 프로그램이 나오기도 한다. 신문이 TV를 갖고싶어하는 까닭은 대개 세가지로 압축될 수 있다.
첫째는 어젠더 세팅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쉽게 말하면 ‘뉴스 편집’의 영향력을 키우려는 움직임이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신문 뉴스의 영향력은 절대적이었다. 1990년대는 TV와 영향력을 분점하는 시대였고,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신문이 TV와 인터넷에 영향력을 크게 잠식당해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어젠더 세팅이란 간단히 말하면 ‘편집된 뉴스’를 대중의 머리 속에 침투시키는 것이다. 그냥 뉴스가 아니라 ‘편집된 뉴스’라는 것에 주목하기 바란다. 즉 신문사나 방송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뉴스를 골라내서 강조하고 거기에 견해를 넣어 실어보내는 게 ‘편집된’의 의미이다. ‘편집된’에는 대개 세 가지 주요한 기능이 포함된다. 첫째는 기사를 싣느냐 싣지 않느냐 하는 선택이다. 둘째는 크게 싣느냐 작게 싣느냐의 선택이다. 셋째는 어떤 관점으로 싣느냐의 결정이다. 이런 것들이 왜 중요한가. 그 뉴스를 접촉하는 대중의 생각과 관점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젠더는 신문이나 방송이 대중의 ‘머리’ 속을 점령하려는 기획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쯤에서 TV 뉴스를 생각해보자. 저녁 9시 방송이 국민의 머리 속에 들어가 앉는 정도는 신문에 비할 바가 아닐 만큼 강력하다. 신문은 뉴스를 음미하고 성찰하는 기능이 부가되어 있고, 방송 뉴스는 여과없이 흡수하는 측면이 강하다. 미디어의 특징 때문에 그렇다. 방송 뉴스는 ‘어젠더’를 형성하기에 아주 유리하다. 신문은 미디어의 환경 변화로 열세에 처한 ‘어젠더 세팅’ 능력을 획기적으로 키울 필요가 생겼다.
두 번째, 신문이 TV를 갖고싶어하는 까닭은 그것이 돈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엔터테인먼트 영역은 스타와 패션과 문화와 삶을 만들어낸다. 대중과 밀착해 있기에 기업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일도 수월하며 광고라는 돈줄을 잡기에도 아직까지는 비교적 유리하다. 현재 국내에서의 신문은 ‘경제 논리’로 볼 때 별로 매력이 없는 기업이다.
세 번째, 신문이 TV에 대해 꿈꾸는 것은 미래의 가치이다. 지금 미디어 산업은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만큼 빠른 속도의 변화에 직면해있는 상황이다. TV 그 자체로 보자면, 이미 일정한 한계가 보이는 산업일지 모르지만, 그것이 새로운 기술과 결합할 때 폭발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주목한다. 인터넷이라는 장(場)은 그런 비전을 키워주었고, 휴대폰이 기폭제가 되고 있는 유비쿼터스 미디어에도 TV콘텐츠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신문과 TV가 지니고 있는 다채로운 콘텐츠를 확보하고 그것을 결합함으로써 새로운 무대에서 벌일 미디어전쟁에 대비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뭐가 문제란 말인가? 핵심은 ‘어젠더 세팅’이다. TV의 기능 중에서 뉴스 부문을 결정하는 주체가 바뀌는 것이, 이번 갈등의 핵심이다. 역대 정권들은 권력을 장악함과 동시에 TV방송을 휘어잡았다. ‘땡전뉴스’는 정권과 TV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보여주는 강렬한 풍자어이다. 1980년대 우리는 가족들이 모여앉아, 시간을 알리는 뚜뚜뚜뚜가 끝나자마자 ‘전두환 대통령은’으로 시작하는 뉴스를 시청했다. 이것이 땡전뉴스다. 권력자를 압도적인 어젠더 세터로 만드는 TV의 기획들은 늘 영향력이 확실해보였고 정권을 안심시키기도 했다. 모든 국민들은 ‘전두환 대통령’과 함께 동거하는 느낌을 가질 만큼 의식과 무의식을 점령당한 경험을 했다.
그렇다면 이명박정권은 왜 이 좋은 ‘확성기’인 TV를 전두환씨처럼 휘어잡지 않고, 민간에 넘기려는 것일까. 이것을 정밀하게 이해하는 것이 문제를 읽는 눈이다. 오늘 아침(2008년 12월 27일) 신문에는 ‘광우병 공포가 조작되고 과장되었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보도되고 있다. 광우병 공포는 지난 봄과 여름의 걷잡을 수 없었던 촛불시위를 이끌어낸 대중의 내면을 건드린 것이었다. 광우병에 관한 정보와 견해를 대중에게 각인시킨 것은 엠비씨의 피디수첩이다. 방송은 민심을 형성했고 사람들은 시청과 광화문 일대로 몰려나오게 하는데 성공했다. 방송의 어젠더 세팅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했다. 조중동은 광우병의 위험과 관련해 비판적인 의견을 지속적으로 내다가 신문사 건물로 몰려든 대중의 위협을 받기도 했다. 조중동의 견해는 거의 어젠더를 만들어내지 못했거나 잠복한 어젠더를 만들어내는데에 그쳤고, 엠비씨의 견해를 수용한 여론은 거세게 소용돌이쳤다. 정부는 초기에 광우병 여론에 대해 다소 가볍게 생각했다가, 통상교섭 상의 실수들이 밝혀지면서 더할 나위없는 곤경에 처했다. 쇠고기 문제는 정권 초기에 권력 근간을 흔들듯한 기세로 여론을 달궜다. TV가 촉발한 어젠더는, 다른 정치적 세력의 선동없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촛불을 들고 나와 정부에게 의견을 보였다는 점에서 1980년대 민주화 시위의 추억을 꺼내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그 기저에는 엠비씨의 매체력이 있었다.
TV는 노무현 정권 때의 ‘황우석 파동’때에도 위력을 발휘했다. 황우석을 국민과학자로 만든 것은 애국주의 보도 관행으로 그를 비중있게 실어준 많은 언론들의 힘이었다. 그런데 엠비씨는 당시의 ‘우상’을 한 순간에 무너뜨리는 강력한 ‘뉴스 메시지’를 내보냈다. 세계적인 동물복제 역량을 가진 우리의 과학자는 논문의 증거물조차도 조작하는 ‘사기꾼’으로 하루 아침에 바뀌는, 가치의 전복을 대중은 경험했다. 이후, 사회는 어마어마한 논란에 휩싸였다. 그런 급전직하를 받아들이지 않는 신념의 잔당(殘黨)들은 사태를 황우석 박해로 이해하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내용의 사실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방송이 유표한, 뉴스에 대한 관점들은 대중을 힘있게 움직였다. 물론 엠비씨의 보도가 위력을 발휘한 것은 단순히 TV의 힘이라기 보다는 그 보도 내용이 국민의 관심을 붙잡을 만큼 강력하고 획기적인 것이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채널의 힘이 그것을 뒷받침해준 것에는 변함이 없다.
엠비씨가 이명박 정권을 몹시 불편하게 할 만큼 촛불여론을 키울 수 있었던 것은, 그 방송이 권력의 직접적인 통제를 받지 않고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 TV의 뉴스 편집이 외압으로부터 자유롭다는 것은 언론 자유를 위해서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방송 뉴스의 견해를 움직이는 것은 반드시 직접적인 통제에 의해서만은 아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이 들어서면서 TV의 핵심 뉴스 편집자들은 진보적인 견해를 가진 인사로 채워졌다. 뉴스 편집자들의 견해는 어젠더의 관점을 생산해낸다. 사람이 바뀌면 미디어의 견해가 바뀐다. 김대중 정권 시절 권력이 조중동의 사주를 집중적으로 공격하던 때가 있었다. 사주가 사라지고 뉴스 편집자들이 자율적으로 신문을 만들어낼 경우, 뉴스 편집자들만 적절히 배치하면 신문의 논조가 달라질 수 있을 거라고 분석했기 때문이다. 지난 10년의 ‘진보’ 정권은 조중동을 바꾸는데는 실패했지만, 방송 뉴스의 논조를 바꾸는데는 일정 부분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이명박정권은 정권 자체에 비호의적인 ‘진보적인 엠비씨’를 바꾸기 위해 두 가지 선택지를 고려했을 것이다. 하나는 지난 정권의 방식 대로, 방송사 내부의 인사를 통해 ‘보수적인’ 뉴스 편집자들을 심어나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보수적인 사주에게 넘겨서 운영하게 하는 것이다. 전자가 자연스럽겠지만, 그것은 정권이 레임덕 상태에 이르거나 교체될 경우엔 다시 ‘견해’를 바꾸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는 어떤 정권이 되더라도 안정적인 ‘보수’ 견해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사주가 보수적이고 신문이 보수적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촛불시위 때와 같이 정권이 당혹스런 상황은 만들지 않을 것이다. 물론 정책을 속내만으로 짚을 순 없다. 거기엔 대의명분과 비전이 중요하기도 하다. 방송사를 민간이 운영하는 것이야 말로 ‘언론 민주화’를 위한 기반이기도 하다. 물론 언론이 ‘자본’의 문제를 극복하는 일이 거의 불가능할 때 그 ‘언론 민주화’는 자본의 이익이나 자본과 결탁한 정권의 이익에 휘둘릴 수 밖에 없는 점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말이다. 또 TV가 나아가야할 미래 미디어의 비전을 감안할 때 현재의 경영 방식을 유지하는 것은 유리하지 않다.
‘겸영’ 기류에 항거하는 사람들은 대개 세 가지의 내면을 지닌다. 첫째는 방송 속에 어렵사리 뿌리 내려놓은 ‘진보’의 색깔을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다. 민주당과 한겨레신문은 ‘진지전’ 차원에서 이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둘째는 보수 언론의 공룡화에 대한 경계이다. 안그래도 신문시장을 과점하는 조중동이 방송을 가진다면, 현재의 마이너 신문들은 더욱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다. 이것은 다양한 논조들이 경쟁하며 생존하는 미디어 환경을 위협할 수 밖에 없다. 셋째는 당연한 일이겠지만 ‘기득권’과 ‘생존의 기반’을 놓지 않으려는 조직원의 반발이다. 현재 이런 문제들이 뒤섞여, 타당한 견해들과 그렇지 않은 주장들이 뒤섞여서 반대의 목소리를 만들고 있다. ‘겸영’에 동조하는 사람들은 반대자들의 내면을 뒤집어 보면 된다.
나는 첫 번째 생각, ‘방송사에 뿌리내린 진보’의 문제가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명박 정권이 이것을 제거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언론에 대해 제대로 된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방송사가 정권에 반대하는 의견을 내놓을 수 있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오히려 이 비판의 환경을 지켜주기 위해 일정한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주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두 번째의 견해에 대해서는 나는 생각이 다르다. 판매의 기회가 공정하도록 보장하는 것이 관건이겠지만, 신문은 독자 수만큼 팔린다. 돈을 내고도 보고싶은 사람들이 보는 것이다. 여론이 시장이라면 여론을 제대로 담은 것들이 팔릴 수 밖에 없다. 신문을 구독할 의사가 있으나 구매할 능력이 없는 계층이 주독자라고 생각한다면 이 문제를 여론 형평성의 차원에서 제기하여 지원을 받아야 한다. 그렇지만 시장 자체의 양상을 무시하고 정부의 ‘보호’나 세금의 ‘보조’에 의지하여야만 살아갈 수 있는 신문은 존재해선 안된다. 진보적인 마이너 신문이 잘 팔리지 않는 것은 ‘진보’를 담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신문을 만드는 방식이 뒤떨어지기 때문인 점도 있다고 생각한다. 뉴스의 품질에도 ‘자본’이 필요하다. 기자인력을 고급화하고 그 숫자를 많이 확보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따라서 신문사가 투자 가치가 있는 기업이 되는 것은, 뉴스의 품질을 올리고 미디어의 수준을 향상시키는데도 필요하다. 세 번째 견해에 대해서는 가슴이 아프지만 할 말이 없다.
신문사가 TV를 경영하는 것 자체를 문제삼는 것은, 시대의 흐름을 막는 우행이다. 그보다는 그것에 감춰져 있는 욕망과 문제들을 들추어 내서 사전에 제어장치를 달아줌으로써, 그 변화가 우리 사회에 유익한 것이 되도록 하는 것이 훨씬 이성적이다. 첫째는 TV의 어젠더 세팅에 권력과 재벌, 그리고 언론 사주가 개입하는 것을 감시하고 봉쇄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일이다. 엠비씨 속에 ‘다양한 의견’을 영향력 있게 둘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그리고 방송사 내부에 ‘의사 결정의 자유’에 관한 전통들이 수립되도록 체질화하는 기간이 필요할 것이다. 방송 노조는 그런 기능을 확보하는 역량을 갖추는 게 필요하다. 둘째는 ‘방송 투자’를 확대해서 국제적인 미디어 역량을 갖추는 기회로 삼는 것도 필요하다. 돈은 격동기의 기술들을 미디어에 접목시켜, TV의 콘텐츠 품질을 높일 것이다. 셋째 정권은 언론에 대한 중립주의와 비관여의 원칙을 천명해야 한다. 설령 또다른 촛불이 켜져서 존립이 흔들린다 해도, 그 어젠더를 생산한 언론사를 누를 생각을 해선 안된다. 그 어젠더의 오류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물론 다른 문제이다. /빈섬.